비록 20대 초반에 있었던 하나의 사건에 지나지 않게 되어버렸지만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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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시간채 안 되게 선잠을 자는 중 꿈에 그녀가 나타났다.
함께 식당용 카트를 타고 눈 덮힌 평탄한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꿈이었는데
(식당용 카트는 아마 최근 아르바이트의 영향일 것이리라.)
달리는 동안에도, 그리고 알
수 없는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도
그녀를 가슴에 포근히 안은 채 부드러운,
아주 기분 좋은 느낌으로 행복해 했다.
잠에서 깬 후에도 그 느낌이
내 볼에, 가슴에 너무도 선명히 남아있어 한참동안 멍하니 누워있었다.
아침
수영을 마치고 식사를 한 후 핫초코 한 잔에 노곤해진 나는 다시
깜빡 잠이 들었다.
친구들과 함께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다.
하얀 얼굴의
그녀는 까만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는 내 옆에 앉아 있다.
어딘가 아파서
병원에 다닌다고 한다.
너무나도 힘없는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난 아무
말도 할 수가 없다.
깨어난 후에도 공허한, 너무나 슬픈 미소를 짓는 그녀의 얼굴이 내 눈 앞에서 지워지지 않아 하루종일 그 어떤 일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.
내게 있어 더 이상 그녀는 기억이
아닌 추억이고,
누군가의 한 줄 글처럼 그녀는 20대 초반에 일어난 하나의
사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.
난 이제 그녀를 사랑하지 않으며 지금의 감정도
과연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인지 의문이 갈 정도로 희미해졌다.
그녀의 메신저
접속
카페 게시판에 달린 짧은 리플
휴대폰 전화번호부에 등록되어 있는 이름
석 자
그녀와 함께 거닐던 길, 들렸던 음식점, 그녀가 부르던 노래
내 손 끝에 남아있던 그녀의 감촉...
나를 그렇게도 괴롭히던 모든
것들이 이제 그 의미를 상실했다.
남은 그녀의 흔적을 보고도 아무 상념없이
흔들리지 않을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고, 다시 만났을 때의 인사말까지 준비하던 내가
두 번의 꿈으로 이렇게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다.
그녀는 내게 있어
무엇인가...
나는 그녀에게 있어 무엇인 것일까...
곰곰히 생각해 보다 그녀를 다시
볼 용기를 상실해 버렸다......

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