고등학교 시절. 살아가면서 금해야겠다고 생각한 3가지가 있었어.
술. 담배. 커피.
저렇게 3가지가 선정된 데에는 부모님의 꾸준한 정신교육(^^;)의 영향이 큰 것 같아.
담배는 지금도 피우고 있지 않지만 나를 너무 사랑하는(?!) 녀석들 덕택에 마음껏
간접 흡연을 즐기고(-_-) 있고... 군대가서 고참에게 반강제로 배우게 된 술은 가끔씩
생각나면 마시고 있지. 우울하거나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슬픔에 잠겨있을땐 마시지
말아야겠다고 다짐한 뒤론 술이 많이 줄었어. 좋은 일이지. 그동안 술 때문에
몸이 많이 안 좋아진 것 같아서 말야.
커피.
사실 커피
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됐어. 난 커피에 대해서 잘
몰라.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커피, 프림, 설탕의 비율이 얼만지도
몰랐고 지금도 에스프레소니 헤이즐럿이니 카페 라떼니 그런 것들의 차이점을 모르겠어. 다
마셔보지도 못 했고 말야. 쓰기만 하다는 인식이 강해 커피를 잘 마시지
않다 그 생각이 바뀐 건, 대화가 즐거운 그 사람과 시애틀즈 베스트에서
자바닐라 쉐이크를 마시고 난 후부터야. 단 것을 좋아한다는 나의 말에 그
사람이 추천해 준 거였어. 둘의 공통점이었지. 달콤한 걸 좋아하는 것.
어쨌든 그건 커피라기 보다 마치 생크림을 듬뿍 얹어놓은 정말 진한 차가운 코코아 같은 느낌이었어. 입 안에 계속 맴도는 달콤한 맛과 구석진 곳의 둘만의 아늑한 (난 그렇게 느꼈어) 공간 덕분이었을까?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고 그런 기분 좋은 느낌이 너무 자연스레 계속 이어져 현실 감각이 사라져 버렸던 것 같아.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앉아,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눴는지... 커피라는 단어에 그 좋은 느낌이 스며들지 않을 수 없었지.
그렇지만 말야. 그 사람과의 만남이나 대화는 여전히 즐겁고, 그 사이
특별히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지만 다시 그런 멋진 시간을 가질
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. 어쩌면 10년, 20년 뒤에도 그 날의
느낌을 떠올리며 추억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걸. 그 후로 집에서나
밖에서나, 마시지 않던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어. 집에 있는 우리 어머니 취향의
초이스도 좋고, 자판기 커피도 좋아.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면 아무리 시끄럽고
어수선한 곳에서도 나만의 시간을, 그리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 같아.
조용한 방에서 혼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? 그렇게
오늘도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(물론 어머니 취향의 초이스야) 그 날의
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.
그 사람은 내게 이성으로
다가온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 (어이~ 이봐. 괜한 오해는 말아달라구), 지금은 뭐랄까... 내가
커피를 좋아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사람이어서 커피를 마실 때 혹은
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, 제가 커피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말이죠...
라고 이야기하며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.
커피... 하면 그
사람을 생각해내고 영화 속 같았던 그 날을 회상하며 미소지을 수 있겠지?
오늘... 따뜻한 커피 한 잔 어때?


